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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고승덕의 딸과 修身齊家

입력 | 2014-06-02 03:00:00


‘공신(공부의 신)’을 꼽으라면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따를 사람이 별로 없다.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에다 행정고시 수석 합격, 외무고시 차석 합격에 빛나는 ‘고시 3관왕’이다. 주식투자 전문가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방송에도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미국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대 등 3개 명문 로스쿨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고 후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정치와 인생은 공부와 다른 모양이다. 그는 1999년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서 공천을 받으려다 여의치 않자 야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들이 “장인(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여당 총재인데 사위가 야당 후보로 출마하면 안 된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마침내 이명박 정부 때 국회의원이 됐으나 2011년 “한나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렸다”고 폭로해 한나라당에서도 외면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고 후보와 이혼한 전처 사이에서 난 딸 희경 씨가 “친자식들에게 어떤 교육도 하지 않은 고 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희경 씨는 “고 후보가 자녀 교육에 참여하기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물을 때마다 끔찍했다”며 설움을 토로했다. 고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아이들의 양육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문용린 후보와 고 박 회장의 아들 박성빈 씨가 친하다는 점을 들어 ‘문 후보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부부관계의 속사정은 남이 알기 어렵다. 딸은 아빠와 헤어진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빠에 대한 원망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희경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경위가 고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야합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경위야 어찌 됐든 친자식에게서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난 받는 아버지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공인(公人)이 되려면 수신제가(修身齊家)부터 하라는 옛 성현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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