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옥 산업잠수사
3년 전이었습니다. 그때도 말레이시아 바닷속에서 유전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설비 일부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는데, 꽉 조여진 볼트가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하듯 수중 절단을 시도했습니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어찌나 놀랐던지. 다행히 얼굴에 쓰고 있던 잠수 헬멧 유리가 깨지지 않아 살았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수중 절단은 전기 아크를 사용해 불씨를 일으킨 다음 고압 산소를 불어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이용해 물속에서 쇠를 절단하는 방법입니다. 이 작업은 편리한 만큼 위험합니다. 물(H2O) 속에서 산소를 사용해 절단하면 수소(H)가 남는데, 이 수소 가스는 파괴력이 엄청난 폭발성 기체입니다. 수소 가스는 불씨에 노출되는 순간 엄청난 힘으로 폭발을 일으킵니다. 수중 절단은 이 수소 폭발의 위험을 항상 동반합니다. 수중에서는 대기에서와는 달리 압력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돼 폭발이 일어나면 그 폭발 압력이 그대로 잠수사에게 전달됩니다. 잠수사 얼굴이 심하게 다치게 되고, 고막과 폐를 포함한 장기까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저는 감히 이 수중 절단을 중단해야 한다고 청합니다. 그 대신 선체를 바로 세울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좌현 쪽으로 해저면에 맞닿아 누워 있는 배를 세우면 지금보다 얕은 수심에서 더 긴 시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실종자들에게 끼칠 영향도 최소한입니다. 물속에서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 고생하는 잠수사들이 보다 얕은 수심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습도 빨라지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잠수사들도 누군가의 아들들이고, 우리의 형제이며, 한 가정의 가장들임을 헤아려 주십시오.
구진옥 산업잠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