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우리 곁에 동네는 없다. 구멍가게가 없어지고 철물점이 없어지고 책방이 없어지고 만화방이 없어졌다. 그리고 극장이 없어졌다. 문화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문화에 대한 욕구는 높아졌는데 문화를 만드는 샘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임형남 노은주·교보문고·2014 》
광화문 피맛골 일대 해장국집과 메밀국숫집이 지금의 고층빌딩이 아닌 ‘원래 자리’에 있을 당시 연탄에 생선 굽는 연기가 자욱한 골목을 돌아다니며 낡은 술집을 찾아 헤매는 것을 좋아하던 지인이 있었다. 지금은 피맛골이 고층빌딩 일부 통로를 명명하는 옹색한 곳으로 바뀐 지 몇 년이 지났건만 그 지인은 “이제 종로에서도 갈 곳이 없어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부부 건축가인 두 저자가 쓴 이 책을 읽으며 지인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두 저자는 사람보다 긴 수명을 가진 건물과 시민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가 “자로 잰 듯한 직선”으로 ‘정리’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 현재에 대한 아쉬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오랜 시간 쌓아온 연륜과 역사의 기억을 지우고, 낮에는 가득 찼다가 밤에는 텅 비어 버리는” 도시가 “우리가 꿈꿔온 진정한 모습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가 고른 소재들은 ‘집…’으로 시작하는 책의 제목을 다소 빛바래게 만든다. 처음 책을 집어들 때 ‘우리 사는 작은 공간’에 대한 소고(小考)를 적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20개 주제 중 19개를 채우고 있는 건축물과 도시, 건축가에 대한 얘기들이 과하게 거대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