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하지만 존엄성 왜곡 안해”… 대법, 성인용품업자 무죄 확정
지난해 5월 A 씨(40)는 광주 남구의 한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전시했다가 음란물건 전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자위기구는 실제 인체와 촉감이 비슷한 실리콘으로 돼 있고 길이가 20cm 정도지만 인형 형태로 팔다리가 달려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동기가 작동하기도 한다.
A 씨의 유죄 여부는 이 자위기구가 ‘음란한 물건’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에 달려 있었다. 국내법은 음란한 물건을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 또는 만족하게 하는 물품으로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평범한 제3자가 A 씨의 자위기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성적 흥분 또는 수치심을 느껴야 법적으로 음란한 물건이 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의 자위기구가 여성 성기의 세밀한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 데다 길이가 20cm에 불과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킬 정도가 아니라는 것.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