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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도 관직도 “가족이 문제로다”

입력 | 2014-06-03 03:00:00

[지방선거 D-1]
고승덕 딸 가족사 폭로에 표심 출렁… 정몽준 아들 - 박원순 부인 논란
“家長 명예위해 왜 희생해야 하나”… 집안 반대에 고위공직 진출 포기도




아이스링크 개표기 담요로 보호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6·4지방선거 D-2인 2일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 설치된 개표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선관위는 개표기가 저온에서 오작동할 것을 우려해 담요를 덮어 보호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6·4지방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족’ 어젠다가 급부상하고 있다.

‘치국(治國·나라를 다스리다)’을 위해서는 ‘수신제가(修身齊家)’해야 한다는 유교 특유의 가족 중심 문화 때문에 과거 선거에서도 가족이 간혹 변수로 작용했던 사례는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의 아이가 희생되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이다.

정당공천이 아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선 고승덕 후보 딸의 글이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자녀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딸의 발언은 그렇잖아도 세월호 참사로 화가 난 앵그리맘의 분노를 북돋았다. 자신의 딸도 돌보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이 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서울시장 선거도 가족이 주요 화두였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막내아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미개한 국민’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부인의 ‘잠적설’과 ‘성형 논란’이 있었다. 정 후보는 후보 확정 연설에서 눈물까지 쏟으며 머리를 숙여 몇 차례 사과를 했고, 박 후보는 사전투표장에 부인과 함께 나와서 잠적설이 사실 무근임을 입증했다.

이 밖에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부모나 부인, 자식과의 불화가 세간에 구설수로 회자되고 있다.

가족은 주로 네거티브 소재로 악용돼 왔다.

또 다른 서울시교육감 후보인 문용린 후보는 고 후보를 “패륜”이라고 몰아붙였고, 고 후보는 ‘야합설’을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이 됐다.

가족에 대한 논란 형태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 부모의 친일 논란, 자식과 관련해서는 아들의 병역이나 취업 특혜, 위장전입 논란 등이 주를 이루었다. 부모들이 높은 지위를 이용해 자식에게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옅어지면서 가족들이 무조건 남편이나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돌발변수도 더 많아지는 추세다.

또 아버지의 명예보다 본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 선거 출마나 공직 진출에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직 임명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본인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명 당시 가족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배경에는 아들의 회사까지 언론의 검증 취재가 들어오는 데 대한 당혹감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후보자 임명 후 치열한 검증이 들어오자 “아내가 울고 있다”며 사퇴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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