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D-10]
스포츠심리 전문가 김병준 교수 “비난하면 자책감에 조직력 붕괴”
○ 자책(自責)하지 마라
김 교수는 “큰 대회를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비난과 자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아무리 심리적으로 강해도 비난을 받으면 위축되고 자책감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실수로 골을 내줘 0-1로 졌는데 현재로선 홍정호의 기를 살려주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11명 중 1명이라도 자책감에 빠지게 되면 조직력이 무너져 경기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중 실수는 언제나 나오는 법이니 서로 ‘괜찮아’라고 용기를 북돋으며 실수한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자책하게 만들어라
2006년 7월 10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일명 ‘지단 박치기 사건’. 이 박치기로 지단은 퇴장당했고 우승컵은 이탈리아의 품에 안겼다. 추후 밝혀진 박치기의 진상은 마테라치가 경기 중 지단의 여동생을 욕했고 이에 지단이 흥분하면서 나타난 행동이었다. 이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는 ‘윈 어글리(Win Ugly·추하게 이기다)’의 전형이 됐다.
김 교수는 “상대 선수에게는 실수를 유발해 자책감에 빠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는 순간 그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윈 어글리까지는 아니지만 상대를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하는 플레이는 현대 스포츠에서 꼭 필요한 전략이다”라고 조언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