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백현종 경기도지사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달 29일엔 통진당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가 사퇴해 무소속 오거돈 후보로 범야권 단일화를 이루었다. 지난달 16일에는 통진당 이영순 울산시장 후보가, 같은 달 29일에는 새정치연합 이상범 후보가 사퇴해 정의당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했다. 1, 2%포인트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접전 지역에서 통진당 후보의 사퇴는 승부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측과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사전에 상의한 바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 결정을 6·4지방선거 전에 서둘렀다면 새정치연합과 통진당의 ‘위장 단일화’ 논란은 없었을지 모른다. 통진당 후보자들은 “진보정당 탄압에 맞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며 출마했다. 정작 선거일을 앞두고 줄줄이 사퇴하는 것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통진당은 지난달 19일 선관위로부터 선거보조금 28억여 원과 여성후보 추천보조금 4억8000여만 원 등 32억여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후보가 줄사퇴하려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을 일부라도 반납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통진당은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이정희 대선 후보가 대선 국고보조금 27억 원을 받은 뒤 후보직을 사퇴해 ‘먹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현행법상 선거보조금을 받은 정당의 후보가 그만둬도 선거보조금을 회수할 방법은 없다. 지난 대선 때 이정희 후보 사퇴를 계기로 새누리당이 ‘보조금 먹튀 방지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이번 기회에 새정치연합이 ‘선거를 앞두고 중도사퇴하면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을 환수한다’는 내용의 입법에 앞장서면 어떨까. 겉으로는 “통진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통진당의 후보 사퇴로 이득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벗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