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태, ‘빛이 드리운 방’, 2013년.
텅 비었음은 방 안에 침묵이 감돌기 때문이며 충만함은 창문을 통해 실내로 스며드는 환한 빛의 효과 때문이리라. 오직 초록색 선만을 사용해 실내공간의 탁자, 의자, 화분, 전등, 블라인드를 간단하고도 단순하게 그렸을 뿐인데 왜 신비하게 느껴지는 걸까?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신비와 매혹의 공간으로 바꾸는 비결이 궁금해 작가에게 창작 기법을 직접 물었다. 놀랍게도 강화유리에 샌딩 기법(유리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기법)으로 그린 유리그림이란다.
“내 작업 속의 모든 사물은 희미하고 사물의 세부적인 면은 생략되었다. 그림 속의 사물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 분명히 드러낸다.”
그의 생각은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에 나오는 문장과도 맞닿아 있다.
침묵은 자기 자신 안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침묵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완전하게 현존하며 자신이 나타나는 공간을 언제나 완벽하게 가득 채운다. 사물의 존재성은 침묵 속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황선태의 작품은 복잡하고 정교한 아름다움보다 단순미와 절제미가, 자세한 설명보다 침묵이 영혼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