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농장주가 버린 닭날개-발, 흑인 노예가 튀겨먹은 ‘솔 푸드’
동아일보DB
원래 정통 미국 남부식 닭 요리법은 닭을 오븐에 굽는 ‘로스트 치킨’이었다. 백인 농장주들은 오븐에 굽기 전에 살이 많은 닭의 몸통과 다리를 제외한 날개나 발, 목은 버렸다. 살코기도 별로 없고 발라 먹기도 힘들기 때문이었다. 흑인 노예들이 이를 숙소로 가져왔지만, 오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로스트 치킨을 만들 수 없었다. 오븐이 있다손 쳐도 굽는 조리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데다 이들 부위는 굽고 나면 육즙이 빠져나가 버려 건질 게 별로 없었다.
그 대안이 기름에 튀기는 것이었다. 날개나 목 같은 싸구려 부위도 기름에 튀겨 내면 잡냄새가 주는 데다 연한 뼈째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튀김은 고열량 음식이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흑인 노예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됐다. 당시 백인의 튀김 조리법은 기름에 지지기에 가까운 유럽식 튀김법이었다. 반면 미국 남부는 양돈업이 발달해 ‘라드’로 불리는 돼지기름이 풍족해 아예 기름 속에 담가놓고 튀기는 ‘딥 프라잉(deep frying)’이 가능했다.
※출처=우에하라 요시히로(上原義弘)의 ‘차별받은 식탁’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