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입법예고 ‘가중 특례법안’
법무부가 4일 입법예고할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안’은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범죄행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형벌 병과(倂科)주의’를 채택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에서는 하나의 행동으로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가 성립할 때에 각각의 죄에 대한 형을 모두 더해 처벌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191명이 사망하고 1841명이 다친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사건의 범인들에게 4만 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독일, 프랑스처럼 큰 범죄행위를 처벌하되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가중주의’를 형법의 틀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망 501명, 부상 937명) 당시 삼풍건설산업 회장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몇 명이 사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대형사고에서 같은 행위에 대해 ‘널뛰기 처벌’이 속출할 것이라는 등 법안의 부작용 및 실효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금도 징역 50년형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제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정적인 입법보다는 실제 복역 형기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같은 사고 책임자의 재산 환수와 관련해 미국의 ‘민사몰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선박 사고에서의 선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해 추가로 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