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체 576경기 가운데 40% 가까운 218경기(37.8%)를 소화한 2일 현재 이들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을까. 4년 동안 75억 원을 받기로 한 롯데 강민호부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강민호는 타율 0.229, 6홈런, 18타점, 출루율 0.320(57위)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과 득점권 타율(0.114)은 규정 타석을 채운 60명 가운데 꼴찌다. 반면 삼진은 49개로 3위다. 삼진 1위(52개)는 NC 나성범인데 그는 타율 0.356(6위), 홈런 13개(3위), 타점 44개(2위), 득점권 타율 0.472(1위)다. 물론 강민호가 도루 저지율 1위에 올라 있는 등 포수로서는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다. 연봉 10억 원을 받는데 그마저 못하면 어떡할까. 나성범의 연봉은 7500만 원이다.
▷연봉으로만 따지면 8억 원으로 FA 가운데 2위인 LG 이병규(9번)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지난해는 타율 0.348로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1할 가까이 떨어진 0.250에 그친다. 이병규는 종아리 근육통으로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삼성 박한이도 아직까지는 본전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다. 지난해에는 타율-득점-타점-출루율이 모두 30위 안에 들었지만 올해는 모두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과거에도 실패로 끝난 ‘FA 대박’은 많았다. 2004년 30억 원(4년)에 LG로 간 진필중은 3시즌 동안 3승 14패 15세이브에 그쳤고 처음으로 40억 원 시대(40억6000만 원·6년)를 연 롯데 정수근도 경기 외적인 문제로 숱한 구설에 오르며 두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정수는 계약 기간 4년 동안 평균 타율 0.254에 시즌당 15.8홈런, 50.1타점을 기록했다. 전성기였던 2003년의 타율 0.335에 53홈런, 142타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선수들은 ‘FA 대박’에 활짝 웃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FA 도박’을 하는 구단은 속이 탄다.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만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SK 최정 등 대어급이 많이 나오는 내년 FA 시장은 역대 최고액을 또 바꿔놓을 테니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