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디자인경영]<5·끝>
《 “B+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4일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디자인경영 전문가인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와 에린 조 미국 파슨스스쿨 전략디자인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경영을 학점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똑같이 답했다. 한국과 미국의 유명 디자인스쿨 교수들이 준 학점치고 짜지는 않았지만 후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는 강하지만 독창적인 답안 작성에는 부족해 ‘A학점’을 받기엔 2% 부족한 학생같이 한국 기업을 평가하는 듯했다. 》
▼ “아직은 B+… 빨리빨리 문화의 한계” ▼
에린 조 美 파슨스스쿨 교수
해외 디자인 베끼던, 추격자 이미지 강해
긴 안목과 인내 필요
그는 한국 기업들이 참고하면 좋은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로 ‘허만 밀러’(오피스가구), ‘스퀘어’(모바일 결제시스템), ‘테슬라’(전기차)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허만 밀러는 사무실 내 개인공간, 스퀘어는 신용카드 대신 사용 가능한 결제시스템,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자동차 뒤쪽이 아닌 아래쪽 부착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새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런 혁신 사례를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마감일을 정해 놓고 급박하게 몰아붙이는 한국식 ‘빨리빨리’ 기업문화의 한계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더 큰 성장을 위해선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 이로 인한 실패를 용납하는 안목과 인내의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경원 KAIST 교수
단기 수익 매달리면, 의미있는 변화 못해
정부 적극 지원해야
그는 “아직까지도 한국 기업은 디자인을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시장과 소비자 프레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디자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오너 경영자들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관심과 대규모 인하우스 디자인 조직을 꼽았다.
정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도 디자인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 연구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며 “좀더 적극적인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