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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들이 본 한국 디자인경영 현주소

입력 | 2014-06-05 03:00:00

[新디자인경영]<5·끝>




《 “B+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4일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디자인경영 전문가인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와 에린 조 미국 파슨스스쿨 전략디자인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경영을 학점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똑같이 답했다. 한국과 미국의 유명 디자인스쿨 교수들이 준 학점치고 짜지는 않았지만 후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는 강하지만 독창적인 답안 작성에는 부족해 ‘A학점’을 받기엔 2% 부족한 학생같이 한국 기업을 평가하는 듯했다. 》  

▼ “아직은 B+… 빨리빨리 문화의 한계” ▼


에린 조 美 파슨스스쿨 교수
해외 디자인 베끼던, 추격자 이미지 강해
긴 안목과 인내 필요


한국 출신 디자인경영 전문가 중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사인 에린 조 교수(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와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노력과 관심은 높게 평가하지만 디자인을 통한 혁신과 시장 창조에 대해선 아직 고민과 투자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한국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디자인을 좀더 예쁘고 편하게 바꿔서 경쟁하는 데 능숙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이미지가 강하다”며 “약 10년 전에 비해 외국 유명 기업들의 한국 기업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시장과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리더로까지는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참고하면 좋은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로 ‘허만 밀러’(오피스가구), ‘스퀘어’(모바일 결제시스템), ‘테슬라’(전기차)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허만 밀러는 사무실 내 개인공간, 스퀘어는 신용카드 대신 사용 가능한 결제시스템,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자동차 뒤쪽이 아닌 아래쪽 부착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새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런 혁신 사례를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마감일을 정해 놓고 급박하게 몰아붙이는 한국식 ‘빨리빨리’ 기업문화의 한계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더 큰 성장을 위해선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 이로 인한 실패를 용납하는 안목과 인내의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업들, 디자인을 장기전략 삼아야” ▼

정경원 KAIST 교수
단기 수익 매달리면, 의미있는 변화 못해
정부 적극 지원해야


국내 디자인경영 분야 권위자 중 한 명인 정경원 교수는 한국 기업들도 디자인을 장기적인 전략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한국 기업은 디자인을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시장과 소비자 프레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디자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오너 경영자들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관심과 대규모 인하우스 디자인 조직을 꼽았다.

정 교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표 기업 오너들이 디자인경영을 주도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도 많이 냈다”며 “이게 바로 한국 기업의 디자인경영 역량으로 외국 기업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한국 기업들에 디자인경영 부문 벤치마킹 대상으로 추천한 해외 글로벌 기업은 덴마크 프리미엄 오디오업체인 뱅앤올룹슨(B&O)과 미국 구글. B&O는 ‘디자인은 항상 이긴다’는 내부 모토가 있을 정도로 디자인 역량을 강조한다. 구글은 서비스 기업임에도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구글’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도 디자인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 연구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며 “좀더 적극적인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