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람들]<7>개최국 기대 한몸에 받는 네이마르
참을성 없는 팬들은 자국 팀인 브라질 선수들에게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홈팬들은 경기 시작 20분이 넘도록 골을 넣지 못하자 노골적인 조롱을 보냈다. 전반 26분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넘어졌다. 골을 원하는 관중의 요구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 네이마르가 침착하게 날린 프리킥은 골대 왼쪽 상단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첫 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네이마르는 이후 여러 차례 경기 도중 관중석을 향해 자국 팀을 응원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관중은 이에 화답했다.
브라질은 4일 브라질 고이아스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4-0으로 이겼다. 네이마르는 직접 첫 골을 뽑은 데 이어 후반 1분 헐크에게 그림 같은 발뒤꿈치 패스로 어시스트했다. 브라질은 전반 40분 다니 아우베스의 골과 후반 28분 윌리앙의 추가골을 더해 완승했다.
이날 경기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네이마르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 경기였다. 네이마르는 이날 자신의 A매치 31번째 골(48경기)을 넣었다.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평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거침없는 득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만 17세 111일로 잉글랜드 대표팀 최연소 기록을 124년 만에 갈아 치웠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천재’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메시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은 모두 다른 대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담감 속에 월드컵에서는 부진했다. 이들이 아직까지 펠레와 마라도나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다.
22세에 불과하지만 브라질 대표팀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네이마르 역시 그 부담감이 덜하지 않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유별난 광적인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브라질로서는 다름 아닌 홈팬들의 기대감이 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브라질은 부담감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우승을 향한 광적인 기대뿐만 아니라 한편에서는 경제난 속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섞여 있어 브라질 대표팀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도 일부 시민이 브라질 대표팀 버스를 두드리며 시위를 했고 대표팀 버스에는 월드컵을 반대하는 스티커가 여러 장 붙었다. 월드컵 반대 시위대는 주목을 받기 위해 브라질 대표팀을 집중적으로 따라다닌다.
이런 심리적 부담 속에서 네이마르는 오히려 관중을 리드하는 모습으로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보였다. 브라질리그에서 2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으며 주목받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펠레의 후계자’로 공인 받기를 원한다. 그의 활약 속에 우승 후보 브라질은 최근 A매치 8연승 속에 29득점 2실점이라는 가공할 전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