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초여름 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딸과 세상살이에 대해 얘기하다 딸이 끝내 눈물을 훔쳤을 때 시인이 느낀 막막함이 시상이 됐다. 시인은 “연필은 딸의 은유이기도 하다”며 “우격다짐으로 연필(딸)을 깎는 다른 아빠와 달리 나는 살살 돌려 깎는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뾰족하게 깎으려고 한 건 아닌지, 끝내 딸의 진심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담긴 시”라고 말했다. ‘선풍기는 고개를 좌우로 젓기만 하고’ ‘아빠의 달은 창밖을 공전하고’ 같은 시어는 사춘기 딸과 쉽게 소통하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했다.
이원 시인은 이수명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마치’(문학과지성사)를 추천했다. 이원 시인은 “이수명의 실험은 최종의 질서까지 무너뜨리고자 한다. 언어는 최소한의 의미는 나타나게 하려 한다. 이수명의 계속된 ‘언어실험’으로 이 둘은 불가능했던 원무를 보여주게 되었다”고 평했다.
김요일 시인의 선택은 현직 국어교사 박완호 시인의 시집 ‘너무 많은 당신’(시인동네)이었다. 김 시인은 “꽃과 새와 앵두와 별이 음표가 되어 빚어진 박완호의 곡진한 세레나데는 시인의 맑고 투명한 창속에서 더 애절하고, 더 따스하고, 더 아름답게 빛난다”고 말했다.
신용목 시인은 안현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 날 수리된다’(창비)를 추천했다. “안현미 시집의 ‘내간체’ 같은 시편들은 시적 개성이 모더니티의 압도적 기준인 표현 방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그 태도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자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