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층 전시실 입구 안내표지판.
손택균 기자
토론회 다음 날 오랜만에 DDP를 다시 찾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처음 방문하는 사람처럼 인포메이션센터로 들어갔다. 인쇄된 안내도가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당황하며 어딘가로 가보라고 했다.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로 4층에 올라가 널찍한 경사로를 느릿느릿 걸어 내려왔다.
고개가 갸웃해졌던 까닭을 곧 확인할 수 있었다. 2∼4층 각 전시실은 모두 4000∼8000원을 받는 유료 전시다. 2층 전시의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4층 매표소로 다시 가야 한다. 전시실 입구에는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표를 받는 직원에게 “전시실 안에 화장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귀찮은 듯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토론회에서 이필훈 포스코A&C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대규모 상업건물이야말로 공공건축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지금의 DDP 같은 동선이 용납될 리 없다. DDP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은 디자이너들이 개별 부스를 연 지하 카페와 디자인용품 판매장이었다. 시민들은 유 대표의 말대로 공공건축물을 ‘잘’ 이용하고 싶어 한다. DDP는 그런 시민들을 ‘잘’ 돕고 있는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