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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곳 단일화 진보 대약진… 보수는 서로 난타전 벌이다 자멸

입력 | 2014-06-05 03:00:00

[6·4 국민의선택/‘진보 연대’ 이룬 교육감 선거]
교총 “보수 득표율 합치면 과반 넘어”… 서로 네거티브전 벌이면서 표 깎아
앵그리맘 표심, 교육감선거서 뚜렷… 朴정부 교육정책에 암묵적 경고




4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압승을 거둔 것은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 결집과 경쟁 교육에 지친 학부모들의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도마다 보수 후보들이 난립한 것과 대조적으로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13개 시도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 이들이 공동 공약을 마련해 한목소리를 내는 등 세를 결집한 것이 진보교육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서로 네거티브전을 벌이며 표를 깎아먹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에서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가 막판에 고발전을 벌이며 대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역마다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반수가 훨씬 넘는다”면서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단일화에 실패한 것이 보수 진영의 주요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지자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교육감 선거에 파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적이고 답답한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열망이 진보 교육감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참사를 당한 단원고가 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가 아닌 일반 고교인 점도 서민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대학에 비해 초중고교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교육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쟁적인 초중고 교육 정책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등 서열화된 학교 시스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이로 인해 그동안 쌓여온 학부모들의 반감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며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모두 진보 후보가 당선된 것은 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라는 진보 진영의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자사고에 부정적인 수도권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보수 교육’ 분위기가 강력하게 형성된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서울은 2010년 당선된 진보 진영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등장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진보 교육감이 집권하게 됐다. 조희연 후보의 승리 배경에는 개인에 대한 지지뿐만 아니라, 조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와 참여연대 및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일한 사이라는 점도 진보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조 당선자는 1994년 박 당선자와 함께 참여연대를 만들어 초대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교육감이 폭넓은 지지를 얻었던 경기는 진보 단일 후보인 이재정 당선자가 무난히 바통을 넘겨받았다. 경기도는 선거 하루 전 한만용 후보가 사퇴하기까지 보수 후보가 무려 6명이 난립한 반면 이 당선자는 3월에 진보 단일후보로 추대돼 안정적으로 선거전을 이끌어 왔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조전혁 후보가 선거 후반 이 후보를 따라잡는 듯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서는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 교육감 당선자는 모두 성공회대 소속으로 끈끈한 사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한성공회 사제 출신인 이 당선자는 성공회신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에 학생 운동 전력 때문에 교수 자리를 얻지 못하던 조 당선자를 학교로 초빙했다.

부산과 경남 등 전통적인 보수 성향 지역에서마저 진보 교육감 후보가 선전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이는 부산경남(PK) 지역의 지자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지지세가 예전만 못한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진보 교육감이 집권했던 지역에서는 혁신교육 정책을 계속 이어가 달라는 요구가, 보수 교육감이 집권했던 지역에서는 경쟁적인 교육을 멈춰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혼전을 벌인 지역이 늘어났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현역 교육감이 줄곧 우위를 달린 대구, 울산, 강원, 전북, 전남, 경북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막판까지 여러 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학생들만 보며 정책 펴겠다” ▼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 유력

전북 정읍 출신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58)는 서울 중앙고를 졸업하고, 1975년에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1978년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9호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집회에 가담한 죄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았지만 1년 뒤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후 이 긴급조치 9호는 34년이 흐른 뒤인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당선자는 1983년 2월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이듬해에 서울대 교수이자 해직교수였던 김진균 교수와 함께 산업사회학회를 만들었다. 이 학회는 당시 진보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당선자는 항상 입버릇처럼 “내 인생의 페이지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참여연대를 창립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권력 감시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 창립 당시 조 당선자는 비상근 사무처장을 맡았다. 특히 사회과학자 그룹을 이끌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조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 캠프에서 소감으로 “진보 대표 주자로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운 게 주효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만 바라보는 교육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 “단원고 아픔 먼저 치유할 것”▼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 유력

이재정 경기 교육감 당선자(70)는 대한성공회 사제 출신으로 1994∼2000년 성공회대 총장을 지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 당선자는 당초 진보진영에서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월 김상곤 당시 경기 교육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오면서 경기 교육감 자리가 비자 경기 교육감에 출마했다. 경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후보로 이 당선자를 추대했고 반대로 보수진영은 분열된 탓에 비교적 쉽게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당선자는 “교육감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세월호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학교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낙후시설은 물론이고 개발지역에서 졸속적으로 건설된 학교의 여러 시설을 우선 점검해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안전) 교육과 훈련을 정례화하고, 큰 규모의 행사에는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구조적인 개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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