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지방선거 이후 정국 전망] 새누리 예상밖 선전… 친박 주류 부담은 다소 덜어 새정치聯 리더십 타격… 친노 목소리 더 커질 듯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들이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 위부터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김기현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송하진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후보, 이낙연 새정치연합 전남도지사 후보, 김관용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후보, 홍준표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뉴시스·뉴스1·경남도 제공
여권이 마지막 카드로 내세운 ‘박근혜 구하기’가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는 방증이다. 다만 2012년 대선 당시 많은 지지를 받은 충청과 강원에서 고전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쇄신 요구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여러 호재(好材)에도 크게 이기지 못한 야권도 격랑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 관심은 청와대 인적 쇄신의 폭과 속도
박 대통령은 다음 주초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 박 대통령이 쇄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지방선거 후폭풍에 시달릴 야당은 더 집요하게 후보자 검증에 나설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2일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들어맞는 후보자를 내세울 수 있느냐가 박 대통령의 1차 승부처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또다시 ‘인사 참사’를 맞는다면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은 물론이고 국정의 동력마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유임 여부다. 여권 내에서도 인적 쇄신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김 실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대통령이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야 대표들과 전격 회동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은다.
○ 친박 주류, 책임론에서 벗어나나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수도권에서 선방하면서 부담감을 다소 덜었다.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면 친박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다음 달 14일 당 전당대회까지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양대 당권 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각각 집중 지원한 경기와 부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선전하면서 무승부를 이뤘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큰 패배와 충청 지역의 고전은 당내 비주류가 목소리를 키울 명분을 줬다. 당청 및 대야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당내 요구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번 선거마저 ‘박근혜’에게 기대면서 차기 주자 부재론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제 시선은 7·30 재·보궐선거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 7명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현재 149석이 됐다. 재적의원 기준으로는 과반이지만 재·보선 이후 과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달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가 더 가파르게 대치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국가 개조를 위한 각종 법안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친노 진영, 당권파 겨냥하나
당 전면에서 물러서 있던 친노(친노무현) 진영 등 옛 당권파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 진영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친노의 입지가 더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 현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재명 egija@donga.com·최창봉·황승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