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서울시장] 배낭 메고… 黨로고 작게 쓰고… ‘농약급식’ 논란 딛고 나홀로 승리 시민운동 새 장 연 ‘소셜 디자이너’… “새 시대 향해 묵묵히 걸어갈 것”
운동화 목에 걸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왼쪽)가 재선에 성공했다. 박 당선자가 당선이 확정된 5일 새벽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강난희 씨.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당선이 확정된 5일 0시 반 밝힌 당선 소감이다. 박 당선자는 이날 종로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저의 당선은 세월호 슬픔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던 시민 모두의 승리”라며 “시민 여러분이 낡은 것과의 결별을 선택해 이제 새로운 시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환 대신 거리 유세 때 가지고 다니던 배낭을 메고, 신고 다니던 운동화 한 켤레를 목에 걸었다. 부인 강난희 씨도 함께했다.
이변은 없었다. 박 당선자는 4일 오후 6시 정각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10∼15%포인트 차를 보였던 것과 비슷했다.
박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시민을 앞세웠다. 혼자 배낭을 메고 걸으면서 당의 상징색인 바다파랑 점퍼도 입지 않았다. 선거 현수막과 공보물에도 당명과 당 고로는 아주 작게 표기돼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중도층, 새정치연합의 취약지대인 강남 유권자를 붙잡는 원동력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 홀로 선거’를 통해 2년 전 안 대표에게 진 빚을 청산한 데다 공교롭게도 안 대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다. 선거 기간 중 박 당선자는 “대권에는 뜻이 없다”고 했지만 ‘재선이 급선무’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란 얘기가 많다.
심각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 선거전 막판에는 이른바 ‘농약 급식’ 문제가 터졌지만 악재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정 후보 측은 부인 강 씨의 잠적설, 출국설 등을 잇달아 제기했지만 박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사전투표장에 함께 나타나 논란을 잠재웠다. 정 후보 측은 강 씨와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씨 일가와의 유착설까지 제기했지만 정 후보 측의 네거티브가 너무 심하다는 인식을 굳히는 데 한몫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