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 정치색 빼고 기본에 충실해야

입력 | 2014-06-05 03:00:00


어제 실시된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후보들의 대약진이었다. 2010년 선거 때는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6곳에서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나왔으나 이번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구 울산 경북 대전 충남 등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에 올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패배한 보수 후보자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진보 후보를 넘어선 것에서 보듯 보수의 분열이 최대 패인이다. 보수 후보 대부분이 지명도가 낮아 유권자에게 어필하지 못한 반면 진보 후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좌파 성향 시민단체의 지지로 탄력을 받았다. 서울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의 ‘딸 악재’는 보수 쪽 문용린 후보가 아니라 진보 쪽의 조희연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진보의 득세를 단일화 효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경쟁교육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대한 심판 심리도 반영됐다. 문용린 임혜경 교육감 등 현직들이 다수 탈락한 것은 이참에 ‘교육도 바꿔 보자’는 심리가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이른바 ‘앵그리 맘’의 표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교육지형은 한바탕 요동을 칠 것 같다. 무상급식 기조가 유지 확대되는 가운데 진보 교육감 역점사업인 평등교육 위주의 혁신학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진보 교육감들이 연대해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가능성도 크다. 광역단체장과 이념 성향이 다를 경우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교육정책이 백년대계(百年大計)는커녕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오락가락한다면 그 피해자가 학생과 학부모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의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관련해 그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들 두 명을 외국어고에 보낸 조 당선자가 “귀족학교인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고를 살린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외고와 자사고 같은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안전 강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보수건 진보건 정치에 물든 교육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교육행정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