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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과 여야 모두에 6·4 민심은 준엄한 경고장 보냈다

입력 | 2014-06-05 03:00:00


6·4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도 화끈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인천 대전 경기 강원 충북에서 개표 막판까지 여야 후보가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접전을 펼쳤다.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는 민심과 ‘그래도 박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자’는 민심이 백중세를 이뤘다. 여야가 대립하고 반목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함께 국가 대개조에 나서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전국 지방선거(68.4%) 이후 두 번째로 높은 56.8%였다. 2010년 지방선거(54.5%) 때보다 높다. 그러나 이틀 동안의 사전투표를 고려하면 크게 높아졌다고 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정몽준 후보가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다. 광주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으로 밀어붙인 윤장현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텃밭에서 안철수 대표가 정치적 재신임을 받은 셈이 됐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로 참패가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그런대로 선전한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달라”며 ‘박근혜 눈물 마케팅’을 벌인 막판 선거 전략이 먹혔다. 세월호 사고 대처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지지층의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받들어 우리 사회 곳곳에 누적된 부정부패와 관(官)피아, 민관유착을 일소하고 공직사회를 혁신하는 국가 개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동시에 선거에서 국민이 보여준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조기에 인적 쇄신을 마무리해 국정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다시 비게 된 후임 총리 후보자부터 속히 지명해야 한다. 책임총리로서의 막중한 업무를 감당할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덕적이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면 더 좋다. 국정의 표류와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으려면 내각과 청와대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지방선거 ‘선방’에 자족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롭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국민이 또 한번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자신이 잘 알고 편한 사람을 발탁하는 데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하는 탕평책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구상하고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총리와 각료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서로 토론해 국정을 꾸려가는 민주적 리더십을 대통령부터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 개조를 위해서는 야당한테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대립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간 집권 2년차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날려버릴 수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만을 바라보는 정치 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제 정치 환경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회를 꾸려갈 수가 없다. 야당과 반대세력을 적극 포용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십분 활용하고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동안 새 정치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수없이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실제 달라진 게 보이지 않는다. 새 정치의 아이콘인 안철수 의원까지 끌어들여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포장만 달라졌지 내용은 이전 민주당 그대로였다.

이대로라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국가 개조 이전에 자신들의 내부 개조부터 한다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운영에도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거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줘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진정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만큼 이제 여야, 그리고 국민 모두 열기를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힘을 확인하는 화합의 장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세계 경제 여건도 불안하다. 통일 외교 안보 분야의 도전도 엄중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핵 개발,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패권 경쟁이 심상치 않다. 하루 빨리 세월호의 아픔과 선거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국정이 정상을 찾아야 한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대통령과 여야가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손을 맞잡아야 한다. 국민은 그런 소망을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