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그러고 보니 ‘일벌레’라는 말은 요즘 ‘워커홀릭(workaholic·일중독자)’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신세다. ‘월화수목금금금은 기본, 하루 3시간 이상 안 자는 워커홀릭’ ‘체리 좋아한 조지 워싱턴, 적극적이고 워커홀릭’ 같은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나는 워커홀릭’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으로도 떡하니 나타나기도 한다. 본문에 ‘일중독자’를 병기한 것에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
‘워커홀릭.’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고, 10년 전쯤에는 영어사전에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푸드홀릭(foodaholic), 알코홀릭(alcoholic)과 함께 당당히 올라 있다. 아예 ‘-aholic’이 ‘중독자’ ‘탐닉자’를 뜻하는 접미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 바람에 웹홀릭, 비타민홀릭, 댄스홀릭, 커피홀릭 등 얼토당토않은 낱말이 줄줄이 생겨났다. 우리는 이미 제멋대로 말을 만들어내는 ‘워드홀릭’에 빠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웃자라버린 워커홀릭에 밀려 비실거리는 ‘일벌레’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건 어떨지. 그 시작과 끝은 역시 언중의 ‘우리말 사랑’이다. 때마침, 동아일보와 고용노동부가 일중독에 빠진 우리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근로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손진호 어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