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학 강의중에 체력훈력을 받고 있는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학생들.
"비결은 열정입니다."
정기성 공공정책대학 소방행정학과 교수에게 2013년 한 해만 40명의 학생을 공무원시험에 합격시킨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교수의 열정이 학생을 공무원으로 만든다.' 납득하기 힘든 답이어서 꼬치고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과에 들어 온 학생 대부분은 공무원을 목표로 합니다. 1학년 신입생 때부터 공무원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해 주지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가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최소 1주일에 한 번 신입생들은 2,3학년이 될 때 까지 '언제나' 교수를 찾아옵니다. 교수실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교수님들은 수업 때만 학교에 나오지 않나요. 그리고 서울서 출퇴근 하지 않습니까." 정 교수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교수들은 전부 이곳에 살고 있고 수업이 있든 없든 항상 교수실에서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기성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찾아온 학생과 면담을 하고있다. 이장면은 '열정의 현장'이기도 하다. 공무원이 된 졸업생들은 면담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교수들의 열정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무원 시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화된 커리큘럼을 짰고 영어교육과의 도움을 받아 맞춤 강의를 하는 등 '허용 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이용했다. 영어에 대한 이같은 체계적인 '관리'는 학생들이 2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비슷한 영어실력을 갖추는데 도움을 줬다. 학과는 또 소방공무원 시험에 체력 시험이 있는 걸 감안해 2학점인 보건학 강의에는 체력실기를 넣어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 체력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학생들 역시 배드민턴, 축구 동아리 등을 만들어 학교에 있는 동안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4년 개설된 '젊은' 원광대 소방행정학과는 전국 65개 소방학과 중 최다 공무원 합격자를 자랑한다. 2012년 33명, 2011년 14명, 2010년 28명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이중에는 최연소 소방간부후보생, 경찰, 여군사관후보생들이 포함돼 있다. 2012년 소방행정학과는 이 공로로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으로부터 '공무원 진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기자가 소방행정학과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보건학 강의를 들으면서 열심히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큰 불이 났지만 다른 사람의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아버지는 구하지 못했던 홍모 소방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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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