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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현대重-순해진 현대車… 夏鬪 달라지나

입력 | 2014-06-06 03:00:00

노조성향 뒤바뀐 현대家 ‘투톱’




‘현대자동차 파업 돌입’, ‘현대중공업 무분규 타결’.

20년 가까이 매년 여름 신문에 나온 기사 제목이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 교체 등으로 두 회사 노사 협상 진행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 ‘폭풍전야’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사측에 기본급을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2002년 이래 인상 폭이 가장 크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 신규 채용 확대 등 53개 단협 개정안도 제출했다. 12일에는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도 갖는 등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과거 사측에 임금을 알아서 올려달라고 할 정도로 협조적이었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조는 “경영 성과에 대한 확실한 분배를 요구하기 위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변화는 지난해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모 위원장이 당선되면서부터 예상돼 왔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 요구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중국에 밀리면서 2위에 그쳤다. 게다가 저가 수주 여파로 현대중공업은 1분기(1∼3월)에 188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면 당장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만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19년 동안 이어온 무분규 타결이라는 선례를 올해는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연해진 현대차

매년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던 현대차는 올해 파업으로 가는 극한 상황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경훈 지부장이 당선된 데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 협상 요구안도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614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간 연속 2교대(8시간+8시간) 도입 △완전 월급제 도입 등을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에 따른 여론 악화, 수입차 판매량 증가로 인한 점유율 감소 등에 대해 노사 양측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보다는 서로 명분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성실하게 교섭한다면 여름휴가 이전에 타결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 휴가비, 복리후생비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그동안 받지 못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노사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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