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 이후/표심에 담긴 메시지] 견고한 지역구도에 금가는 소리
○ 새 역사를 쓰는 사람들
2012년 총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김부겸 후보의 딸 윤세인(본명 김지수·탤런트) 씨가 ‘아버지를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어데 대구서 민주당이고. 빨갱이 딸이가”라고 했고, 윤 씨는 펑펑 울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김 후보가 거둔 득표율은 40.33%.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55.95%)와의 차이는 컸지만 김 후보가 2년 전 총선(40.42%)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40% 득표율을 기록한 점은 의미가 크다.
부산은 1995년 민선 1기 시장 때부터 단 한 차례도 야권에 내준 적 없는 상징적 지역이다. 그럼에도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선거 막판에는 오 후보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병수 당선자를 역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새누리당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오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49.3%는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비(非)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로는 최고치다. 1995년 37.6%(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0년 44.6%(민주당 김정길 전 후보)에 이은 신기록이다. 서 당선자와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3%포인트. 오 후보는 5일 트위터에서 “부산 시민 여러분에 대한 양심, 지키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전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박철곤 후보는 낙선했지만 무려 20.5%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20%를 득표한 것은 대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거센 무소속 돌풍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은 여야의 텃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전남은 목포, 순천, 광양, 장성, 보성, 장흥, 영암, 신안 등 8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특히 목포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현역 국회의원이 ‘DJ 복심’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의원이다. 신안은 새정치연합 후보 없이 무소속 후보 3명이 선거를 치렀다. 부산 기장, 경북 군위, 상주, 청송, 경남 사천, 의령, 하동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그중 상주 청송 하동은 무소속 후보들만 경쟁했다.
○ 광주에선 새누리당 구의원, 포항에선 새정치연합 구의원
기초선거에선 상대의 텃밭에서 당선되는 사례가 많았다. 경남 김해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김맹곤 당선자는 전직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김정권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지만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어서 김 당선자의 재선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새정치연합의 ‘심장’인 광주에서는 새누리당 기초의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광주 광산가 선거구의 박삼용 당선자. 그는 20.25%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후보에 이어 2등으로 당선됐다. 박 당선자는 2012년 대선 때 ‘영호남 화합’을 외치며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158명을 뽑는 부산 구·군 의원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58명이 당선됐다. 2010년 선거 때 새정치연합 소속 당선자는 28명이었다. 특히 부산 북구의 경우 지역구 당선자 11명 가운데 6명이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5명)보다 많다.
황승택 hstneo@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