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 이후/진보교육감 압승 후폭풍]
17개 시도 가운데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이 다른 경기 인천 대전 경남 부산 제주 등 6곳의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진보 성향 교육감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자체장, 보수 성향 교육감과 새누리당 지자체장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책 공조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 예산은 지자체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각 기관장의 가치관이나 성향이 다를 경우 상당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시도교육청이지만 시도교육청 예산의 30% 이상이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된다.
○ 공조 수월해진 서울
지난해 당시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 간에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혁신학교 예산을 늘리려는 시의회와 이를 줄이려는 시교육청 간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초에는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 예산을 놓고 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마찰을 빚다 결국 교육청이 예산안을 부동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보 성향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했던 혁신학교 예산과 혁신교육지구 사업 규모를 문 교육감이 줄여 편성하자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반발한 것이다. 사업을 추진해야 할 교육청이 반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교육청과 무관하게 3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지원했다.
따라서 조 당선자의 공약 중 특히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무상급식과 친환경급식 확대, 공립 유치원 확충, 혁신학교 추가 지정 등에 박 시장이 제동을 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당선자는 일선 학교의 친환경 식재료 구매율을 현재 50%에서 7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당선자가 취임하면 예산이나 교육정책에서 서울시와의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다만 시, 의회, 교육청이 모두 유사한 성향이라 견제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 되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등 6곳은 불협화음 예상
반면에 경기도의 경우 김문수 지사-김상곤 전 교육감의 대립 구도가 남경필 지사 당선자-이재정 교육감 당선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부산 인천 경남 제주 등 진보 교육감-보수 시도지사 지역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의 부산형 혁신학교 설립, 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초중학생 수학여행비 지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자의 고교 수업료 면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자의 무상 교복·체육복 공약들은 지자체의 재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