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D-7] <8>‘인생역전’ 잉글랜드 램버트
꿈을 이루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리키 램버트(32)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그곳에서 나서 어려서부터 리버풀의 빨간 유니폼 리플리카를 입고 자랐다. 리버풀에서 뛰고 싶었던 그는 10세 때 유스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5년 뒤인 1997년 방출당했다. ‘리버풀’만을 생각하던 그로서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축구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1년 뒤 블랙풀(3부 리그)에 연습생으로 들어갔고 다음해 프로에 데뷔하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2000년 단 3경기만 뛴 뒤 주전 경쟁에서 밀려 계약해지를 당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2008∼2009시즌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3부 리그에서 29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자 2009년 3부 리그로 강등됐던 사우샘프턴에서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불렀다. 둥지를 옮겨 2009∼2010시즌 다시 득점왕과 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맹활약하며 2011∼2012시즌 팀을 2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2부 리그에서도 27골로 대활약하며 득점왕, 올해의 선수상을 다시 한번 휩쓸며 사우샘프턴을 꿈의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승격시켰다.
30세의 늦은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2012∼2013시즌 15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잉글랜드 출신 선수로는 가장 많은 골이었다. 꾸준한 활약에 결국 지난해 8월 8일 자신의 세 번째 딸이 태어나던 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누렸다. 국가대표 데뷔전도 극적이었다. 6일 뒤 스코틀랜드 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그는 3분 뒤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램버트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잉글랜드 대표팀 23명의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월드컵이다. 그는 “프리미어리거가 된 것도 믿기지 않는데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하게 돼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대표팀과 훈련 중인 그는 3일 또 한번 믿기 힘든 소식을 접했다. 리버풀이 400만 파운드(약 68억3000만 원)에 그를 공식 영입한 것이다.
17년이란 먼 시간을 돌아왔지만 꿈을 이루며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램버트.
그는 브라질에서 또 다른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