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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병언 영농조합, 돈거래 흔적 안남겨

입력 | 2014-06-06 03:00:00

5억 넘는 은행거래도 현금 뭉치로… 檢 출처 확인 어려워 자금추적 애로
차명재산 관리 영농조합 총책 소환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차명재산이 숨겨진 것으로 의심되는 영농·영어조합들이 수억 원대의 거액도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무더기로 현금 거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영농·영어조합의 자금 추적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찾아내 환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과 금융감독원, 국세청은 최근 시중은행들로부터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관련이 있는 전국 영농조합의 금전거래 기록을 제출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조합들은 평소 유 전 회장 측 계열사 및 외부 회사들과 거래하면서 5억 원이 넘는 거래조차 현금 뭉치로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991년 상습사기죄로 처벌받을 때 일가 주변의 자금 거래 기록을 수사 받은 적이 있어, 돈의 출처를 추적하기 힘든 현금 거래를 고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평순 호미영농조합법인 대표(60)를 소환 조사했다. 조 대표는 호미·옥청영농조합과 삼해어촌영어조합 등 4개 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농어업조합법인을 총괄한 구원파의 핵심 신도다. 지난달 18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공개했을 때 금수원 대표단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조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를 세 번째 만에 응해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검찰은 조 대표에게 영농조합 명의로 땅을 살 때 어디서 매입 자금이 나왔는지 집중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1997년 세모그룹 부도 직후 매물로 나온 회사 소유 부동산을 영농조합들이 사들이는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 조 대표를 통해 비자금을 투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의 측근이자 계열사 ‘흰달’의 사내이사인 이모 씨(57)에 대해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중이다. 회삿돈을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준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 씨는 신도들에게 모은 교회의 선교기금을 관리하며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보낸 역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한 유 전 회장의 처남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64)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인천=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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