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교육정책도 큰틀 재검토 불가피 자사고 폐지-무상급식 확대 등… 현정부 정책과 다른 공약 쏟아내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머리 맞대… 이념 넘어 백년대계 세울 기회로”
자사고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자사고는 입시 위주 교육과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교육 불평등을 초래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조 당선자는 당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자사고를 걸러내겠다는 뜻”이라고 밝혔으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해당 학교, 교육부 등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의 공동 공약인 무상급식 확대는 정부는 물론 새누리당이 지자체장에 당선된 지자체에서도 갈등의 불씨다. 경기, 인천, 경남, 부산, 제주는 지자체장은 새누리당이지만 교육감은 진보성향이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사들의 집회 및 시위, 의견 표현과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한 마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이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대학 서열 체제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교육감의 권한으로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지자체장의 경우 살림을 맡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이 행정을 크게 좌우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교육 분야는 해당 교육감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180도로 바뀌는 정책이 많다”고 말했다.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선도 정부와 진보 교육감 간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4 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7월 재·보선은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사안이 무상급식 확대가 될지, 자사고 폐지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진보 교육감들과 교육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화약이 널려있는 상태”라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가세할 경우 교육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 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민심을 읽고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교육정책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요구가, 진보 교육감들은 학교를 이념 실험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교육정책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