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감 조희연 당선자(왼쪽)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 김미옥기자 salt@donga.com·뉴시스
6·4 지방선거에서 대통령과 교육철학을 달리하는 '교육대통령'이 17개 시도에서 13명이나 탄생했다. 교육 권력의 대이동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분석도 한창이다.
대체적인 분석은 보수진영은 분열됐고, 진보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뤘으며, 기존 교육 정책에 대해 30, 40대의 '앵그리 맘'이 옐로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단원고 학생들이 참변을 당한 '세월호 참사'도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선거 후 며칠까지만 유효하다. 선거 분석은 어디까지나 분석일 뿐, 앞으로 교육현장이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어느 진영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국민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처럼 냉엄한 현실은 교육현장을 장악한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교육 현장이, 그리고 그 현장의 주인공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결코 이념이 다른 교육감들의 실험용 모르모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교육감들에게 대한 주문은 한결같다. 교육현장이 원하는 정책을 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펼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두 정책이 일치한다면 고민은 없다. 문제는 일치하지 않을 때이다. 그럴 때 무엇을 우선할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그 철학을 현실화할 설득력, 반대 진영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교육현장은 실험실로 변해 여러 사람을 고통에 빠뜨리게 된다.
우선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본인조차 무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현실성이 없거나, 쓸데없이 이념논쟁을 일으킬 만한 공약은 스스로 걸러내는 게 좋다. 빠를수록 좋다. 무리한 공약이 아니더라도 교육감의 능력과 철학을 현실에 접목시켜 교육발전에 기여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두 번째는 학생만이 교육감의 고객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감은 흔히 학생만을 바라보겠다는 말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부는 아니다. 교육감의 고객 중에는 교사도 있고, 학부모도 있고, 학교도 있다.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와 그 책임자인 교육부장관도 고객이다. 그런데도 갈등이 빚어지면 교사를 곤경에 빠뜨리고, 학부모를 당황케 하며, 학교를 샌드위치 신세로 만들고, 교육부와 교육부장관을 적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단히 말해 교육계만이라도 파트너십을 복원하라는 것이다.
보수 진영이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전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 때문에 빚어진 갈등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수 진영은 참패한 원인에 대해 반성부터 먼저 하는 게 순리다.
반성의 첫 번째는 변화를 읽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 교육감이 대거 탄생한 배경에는 분명,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희망이 놓여 있다. 진보 교육감에 표를 준 유권자가 모두 진보 교육감의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기존의 보수진영 교육감들에게 표를 줘봤자 뭔가 자신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실망했던 게 분명하다.
두 번째는 제도를 넘어 정서에 유념하라는 것이다. 교육계의 진보와 보수 싸움에서 전면에 등장했던 것들은 대부분 제도였다. 무상급식 문제, 학교의 형태 문제, 학생 인권 조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에서 보면 이들 사안은 분명 포퓰리즘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그런 주장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왜인가. 나쁘다, 안 된다고만 했지, 좋은 것, 되는 것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6명이던 진보교육감이 13명으로 대폭 늘어난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도 정치에 물들었던 게 사실이다. 교육계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그런 희망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총의 이런 시도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