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산야에 묻힌 호국용사, 마지막 한분까지 가족 품으로”

입력 | 2014-06-07 03:00:00

[잊지 않겠습니다, 현충일]
朴대통령, 국가의 책무 강조




6·25 전사 아버지 찾아… 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한 중년 남자(가운데)가 딸(왼쪽) 아들(오른쪽)과 함께 6·25전쟁 때 전사한 아버지의 묘소에 정성 들여 절을 올리고 있다. 묘비에는 정전협정 체결 한 달 전인 ‘1953년 6월 27일 금화지구에서 전사’했다고 적혀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53년 6·25전쟁이 끝난 후 먹고사는 데만 급급해 참전유공자에 대해선 알지도 못했습니다. 죽기 전에 국가가 잊지 않고 61년 만에 명예를 찾아줬습니다.”

1950년 11월 17세 나이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이영식 씨(81).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참전유공자로 인정하는 증서를 받자 북받치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보훈처가 직접 발굴해 유공자로 인정한 1069명 중 이날 증서를 받은 5명의 유공자 표정엔 감동과 감격이 넘쳤다.

○ 정부가 국가유공자를 직접 찾아 나선 이유

6·25전쟁에 참전해 철원지구 전투에서 싸운 한락선 씨(80)는 “전쟁에서 전사했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에만 유공자 등록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처럼 대부분의 참전유공자들은 이번에 정부가 직접 유공자를 발굴하기 전까지 국가유공자 인정 절차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보훈처는 올 1월 유공자 발굴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국방부 및 병무청과 함께 병적(兵籍)자료를 수집해 조사하고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 군에 입대해 임진강 노리고지 전투에서 활약한 이장손 씨(81)는 본인이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 전투는 국군 1사단과 중공군 40사단이 이틀간 치열한 교전을 벌이며 3400여 명이 전사했다. 그들의 피가 임진강을 붉게 물들였다고 해 ‘피의 능선’이라고 할 정도였다. 보훈처는 이번 발굴 과정에서 6·25전쟁에 참전해 전공을 세우고도 서훈을 받지 못한 유공자 23명(국군 18명, 유엔군 5명)을 새로 찾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에 대한 공적심사가 진행 중이며 다음 달 27일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 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지난 5개월간 보훈처가 발굴한 참전유공자는 대상자 42만2000명 중 2152명에 그쳤다. 6·25전쟁에 참전한 국군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병적자료에서 참전기록을 찾아도 신상과 소재를 알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병구 보훈처 보상정책국장은 “병적자료에 있는 본적과 가족관계 등을 통해 참전유공자의 생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국립호국원 등 국립묘지에 이장하거나 위패를 모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호국용사들의 유해 발굴에도 총력

6·25 전사 아버지 찾아… 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한 중년 남자(가운데)가 딸(왼쪽) 아들(오른쪽)과 함께 6·25전쟁 때 전사한 아버지의 묘소에 정성 들여 절을 올리고 있다. 묘비에는 정전협정 체결 한 달 전인 ‘1953년 6월 27일 금화지구에서 전사’했다고 적혀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땅 어딘가에 묻혀 있을 6·25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해 유가족의 품으로 보내는 것도 국가의 책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충일을 맞아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사자 유가족을 찾기 위한 행사를 열었다. 이미 발굴했거나 앞으로 발굴할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 확인 등 감식 작업에 필요한 유전자(DNA) 시료를 유족들로부터 채취하고 유해 소재 제보도 받는 것이다. 유해발굴단은 2008년부터 매년 현충일에 이 행사를 열고 있다.

유해발굴단 관계자는 “현재 유가족 2만7500여 명이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며 “아직 찾지 못한 13만여 명의 전사자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유해발굴단이 2000년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7700여 전사자의 유해를 수습했지만 이 중 유가족을 찾아 신원이 확인된 전사는 91위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앞으로도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후세들이 조국을 위한 희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