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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진보교육감 “편가르기 없다” 안정 이미지 심기

입력 | 2014-06-07 03:00:00

[6·4 지방선거 이후]
몸 낮추는 2기 진보교육감




“단 한 번도 급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 내놓은 공약 중에서도 급진적인 것은 없다.”(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자)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므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당선자)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진보 가치든 보수 가치든 마다하지 않겠다.”(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당선자)

제주와 충남북에서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당선자들의 일성(一聲)이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출현으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2기 진보 교육감들은 1기 교육감들에 비해 다소 온건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형사립고 폐지 및 고교 평준화와 관련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면 1기 진보 교육감에 비해 온건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2기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에서는 이념 가르기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에서 진보 인사로는 처음 교육감에 당선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최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육감이 된 데 이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교육계만큼은 정당, 지역, 출신 편 가르기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공동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율형사립고 폐지나 고교 평준화 공약과 관련해 시도별 현장 상황을 살피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일단 평가부터 꼼꼼하게 살피겠다”면서 “지정 취소에는 교육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학생 수가 가장 많아 전국 교육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과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비교적 온건한 스타일이고, 처세술이 유연하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1기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교육부와 전면전 수준으로 사사건건 충돌했던 것에 비하면 격하게 정면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성공회대에서 오랜 세월 인연을 맺어온 조희연 당선자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진보 교육감의 상징이자 좌장 격으로 떠올랐다. 두 사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의 선을 지나치게 긋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는 스타일”, “정치계와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해 대인관계가 유연한 편”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성공회대에서 두 사람과 모두 일해 봤다는 한 교직원은 “둘 다 외골수 기질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1기 진보 교육감 중 일부가 교육청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 독주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다른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 당선된 진보 교육감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1기의 기조를 잇는 안정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당선자는 “민선 2기에는 교육력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도 “민선 2기에는 1기에 추진했던 교육 혁신을 바탕으로 교실 혁신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진보 교육감의 압승 이후 일각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직선제로 교단이 정치화되고 있다”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직선제 폐지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과 관련해 2010년 교육감 선거 이후에도 큰 이슈가 됐지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핵심인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다만 교육감 직선제가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정당 추천 금지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만큼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TV토론이나 정책토론회를 늘리고, 교육감 입후보자들의 자격을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후보자들의 교육 경력을 확인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반대하는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영향을 크게 받는 초중고 학부모, 교사만 유권자로 나서는 제한적인 직선제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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