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우리나라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718만 명 중 603만 명(84%)이 이른바 ‘진보 교육감’ 아래 들어간다. 17개 시도에서 당선된 13명의 진보좌파 교육감 중 8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이고 5명은 친(親)전교조 성향이다. 이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역사 교과서나 친일·친독재 교과서 문제는 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진보좌파 교육감들의 공동 핵심 정책이 역사 교과서 개발이다. 정부가 심사하는 검정 교과서와 별도로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 인정(認定) 도서로 등록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보수 성향의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한국사 고교 교과서가 정부 검정을 통과한 것을 겨냥한 듯하다. 당시 진보좌파 학자들과 전교조는 교학사 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거세게 공격했고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좌편향 기술(記述)이 적지 않은 교과서들이 다수 채택됐다.
친전교조 교육감들이 그들만의 역사관으로 교과서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보급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좌편향인 역사 교육의 저울추가 더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도교육감 인정의 교과서 채택은 교육부 산하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검정을 한 뒤,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교육감이 행사하는 일선 학교 예산 배분권과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감안하면 교육감들이 지원한 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범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최근 “만약 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발행된다면 자체적으로 보조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작 수업시간에는 국정 교과서가 휴지조각이 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