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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조희연과 사회구성체론

입력 | 2014-06-07 03:00:00


한국의 1980년대는 서구의 1960년대처럼 격변의 시기였다. 오늘날의 젊은이가 1980년대를 연구한다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논쟁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사회구성체론이다. 그 현실과 괴리한 현학성이 마치 중세 신학자들이 바늘 끝에 악마가 몇 마리 앉을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과 다를 바 없다.

▷쉽게 사회구조(social structure)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사회구성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부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다. 그런 번역어 자체가 현실과 괴리된 채 이론 논쟁만 하는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대중성, 즉 쉬운 걸 좋아하는 주사파들은 굳이 이런 어려운 말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무슨 심오한 사회과학을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했던 민중민주(PD) 계열이 이런 말을 즐겨 사용했다.

▷스마트폰에 빠진 요새 10대들만 약어를 즐겨 쓰는 게 아니다. 1980년대 운동권도 그랬다. ‘사사방’은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생이었던 이진경 씨가 쓴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말한다. ‘국독자론’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식반론’은 ‘식민지 반봉건사회론’, ‘신식국독자론’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약자다. 1985년 ‘창작과 비평’에 박현채 교수가 ‘국독자론’을 발표하고 ‘식반론’자들이 반박했다. 여기에 이 씨가 신식국독자론을 펼치며 두 이론의 빈약함을 비판했고 이후 변형된 국독자론, 변형된 식반론, 변형된 신식국독자론 등이 파생돼 나왔다.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본래도 생산적이지 못했지만 그마저 1990년대 현실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수그러들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이 논쟁을 ‘한국사회구성체논쟁’이라는 제목 아래 4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무익함에 비해서는 너무도 진지하게 연구한 학자다. 그것을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해야 할지는 독자들이 판단하시라. 아무튼 그 사람이 서울시교육감을 맡게 됐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