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회구조(social structure)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사회구성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부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다. 그런 번역어 자체가 현실과 괴리된 채 이론 논쟁만 하는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대중성, 즉 쉬운 걸 좋아하는 주사파들은 굳이 이런 어려운 말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무슨 심오한 사회과학을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했던 민중민주(PD) 계열이 이런 말을 즐겨 사용했다.
▷스마트폰에 빠진 요새 10대들만 약어를 즐겨 쓰는 게 아니다. 1980년대 운동권도 그랬다. ‘사사방’은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생이었던 이진경 씨가 쓴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말한다. ‘국독자론’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식반론’은 ‘식민지 반봉건사회론’, ‘신식국독자론’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약자다. 1985년 ‘창작과 비평’에 박현채 교수가 ‘국독자론’을 발표하고 ‘식반론’자들이 반박했다. 여기에 이 씨가 신식국독자론을 펼치며 두 이론의 빈약함을 비판했고 이후 변형된 국독자론, 변형된 식반론, 변형된 신식국독자론 등이 파생돼 나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