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문병란(1935∼)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갤러리 카페에 전시된 이목을 씨의 ‘스마일’.
사실 지금 웃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화가 자신이다. 어린 시절 한쪽 눈을 잃고, 이제 남은 눈도 5분 이상 한곳을 볼 수 없을 만큼 흐려진 상태. 요즘엔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부지런히 자연 풍경을 가슴에 담아두려 애쓰는 중이다. 그는 “웃음은 세상을 즐겁게, 좋게 보는 시각이고 진정한 예술”이라며 “삶이 무거울수록 삶의 뒷전으로 내몰았던 웃음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힘든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개인도, 공동체도 고비가 있다. 한 고비 넘어서면 다른 고비가 기다렸다는 듯 교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 없이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가다 언젠가 겸허하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럴 때 좌절과 포기라는 달콤한 유혹이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 순간이 희망의 등불을 켤 때다. 새벽을 맞으려면 어두운 밤에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한 번에 하루씩.’ 미국 알코올의존증환자 치료 모임에선 단번에 평생 금주를 달성하겠다는 거창한 목표 대신 이런 방법을 강조한다. 미래를 겁내기보다 하루를 잘 견디고 그저 오늘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여 살겠다는 마음가짐, 우리에게도 필요한 용기다. “그게 삶이던가. 그럼 좋다. 다시 한 번!”(니체)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