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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사격”…제2 천안함 노리나

입력 | 2014-06-08 21:36:00

북한 5월 22일 포탄 2발 발사 심각한 도발…안전에 이어 안보에도 ‘빨간불’




서해 앞바다에서 전술 기동훈련을 하는 유도탄 고속함. 5월 22일 북한 측으로부터 해안포 공격을 당한 고속함과 동급의 함정이다. 동아일보DB

거듭된 사고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정국이 혼돈을 거듭하는 가운데 ‘안전’보다 더 중대할 수도 있는 ‘안보’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5월 22일 오후 6시쯤 북한이 서해 연평도 근방 NLL(북방한계선)에서 초계 임무를 하던 우리 해군 2함대 소속 유도탄 고속함을 향해 포탄 2발을 쏜 사건이 그것이다.

2함대 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제독은 “북한이 쏜 것은 곡사로 날아오는 방사포가 아니라 직사로 날아오는 해안포”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사포는 ‘지역 공격’ 무기이므로 발사된 방사포탄은 표적 상공에서 많은 자탄(子彈)을 쏟아낸다. 북한이 쏜 포탄은 고속함에서 150m쯤 떨어진 곳에 물기둥을 만들었다. 방사포를 쐈다면 자탄 때문에 물기둥이 여러 개 만들어져야 한다. 자탄의 확산 범위는 150m가 넘으니 고속함에도 자탄이 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이 제독의 분석이다.

“육안 관측이긴 하지만, 물기둥이 만들어진 곳과 고속함 간 거리가 150m였다면 이는 경고가 아닌 격파사격을 한 것이다. 경고사격은 적함의 함수 500m에서 1000m 사이로 쏜다. 150m였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자탄이 흩어지는 방사포였다면 표적을 맞힌 것이 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해안포로 150m 떨어진 곳에 포탄을 떨어뜨렸다면 정확히 조준하고 쐈는데 약간 어긋난 것으로 봐야 한다.”

고속함 150m 부근에 떨어진 포탄

합동참모본부(합참) 측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합참 공보 관계자는 “정확히 겨냥해 격파사격을 가한 것일 수도 있고, 경고사격을 한 것인데 포가 워낙 구식이라 고속함 가까이에 포탄이 떨어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북한 측이 무슨 수로 우리 고속함 위치를 파악해 150m 부근에 포탄을 떨어뜨렸느냐는 의문이다.

격파사격을 가할 때는 정확한 조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추적레이더를 가동해 표적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평상시 남북한 군은 상대 항공기나 미사일이 날아오는지를 대략적으로 알아보는 탐지레이더를 돌린다. 탐지레이더는 넓은 범위로 전파를 쏜다. 그러다 수상한 물체가 발견되면 그곳으로 집중적으로 레이더파를 쏘는 추적레이더를 가동한다.

추적레이더파는 한곳으로 강하게 집중되기 때문에 상대는 레이더 수신 경보장치 등 전자전 장비를 이용해 적이 추적레이더파를 쏜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고는 공격을 피하려고 추적레이더파를 교란하는 채프(chaff·은박지 덩어리) 등을 발사하고, 급히 추적레이더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섬 그늘 등으로 도피한다. 5월 22일 고속함은 북한군의 추적레이더파를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포탄이 근처로 날아왔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이 기습작전을 펼칠 때 쓰는 OHT-T(Over The Horizon Targeting) 방법으로 고속함 위치를 정확히 추적했을 것이라고 본다. ‘초수평선 표적 획득’으로 번역되는 OHT-T는 포나 미사일에 연결된 추적레이더가 아니라, 다른 함정이나 심지어 어선 탐지레이더까지 활용해 표적 위치를 잡는 방식이다. 다른 함정과 어선, 육지에 있는 탐지레이더를 종합적으로 가동해 계산하면 중복된 영역에 있는 고속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고속함은 추적레이더파를 맞은 사실이 없으므로 이 함에 있는 (추적)레이더파 수신 경보장치는 울리지 않는다. 연평도에 있는 전자전부대도 마찬가지가 된다. 이 때문에 고속함은 사전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은 셈이다. 이러한 공격은 탐지레이더로도 잡아낼 수 없다. 해안포는 전차포처럼 포탄이 직선으로 날아가는데, 고속함은 물 위에 있으므로 해안포탄은 수면에 바짝 붙어 날아온다. 이러한 포탄은 연평도 포격전 후 긴급히 배치한 아서 대(對)포병레이더로도 잡기 어렵다. 이렇게 분석하고 나면 그날 북한은 아군 함정을 격침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아서 대포병레이더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 레이더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할 수 없고, 연평부대는 적의 공격 조짐이 있거나 우리 측이 필요한 경우 불규칙하게 레이더를 가동한다. 문제는 북한군이 아서 대포병레이더 가동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아서는 추적레이더파만큼은 아니지만 조밀한 레이더파를 쏘기 때문에 북한군도 쉽게 레이더 가동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해 대연평도에서 직선거리로 12km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앞바다 섬의 해안포 동굴 진지. 남측을 향해 문이 열려 있다. 동아일보DB


3배 원점 타격 응징 못 해


북한군은 그간 우리 군이 언제 아서 대포병레이더를 가동하는지 측정했을 테고, 가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시각에 OHT-T 방식으로 고속함 위치를 파악해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타이밍도 적절했다. 그 시각 연평도 일대에는 짙은 해무(海霧)가 껴 시정이 1km에 불과했다.

북한군은 연평도 건너편 해안에 해안포 기지 수십 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군을 속이려고 불규칙하게 해안포 기지를 몇 개 개방하곤 한다. 이를테면 ‘당직포’ 개념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관찰과 과학적 정찰로 대응한다. 관찰은 병사들로 하여금 해안포 발사 시 일어나는 섬광과 포성을 보고 듣게 하는 것. 그날은 짙은 해무 탓에 관찰이 쉽지 않았다.

과학적 정찰도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미 양국군은 번갈아가며 금강 정찰기와 U-2 정찰기를 띄워 휴전선과 NLL 일대를 촬영한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정찰위성도 북한군 주요 기지의 움직임을 살핀다. 북한군이 NLL 이북 해안포 기지를 다수 개방하면 금강과 U-2기의 발진 횟수를 늘리기도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해무가 짙었던 5월 22일에는 이조차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남는 것은 전자정보전 부대다. 북한군 내부의 무선교신을 감청해 분석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작전에 들어간 북측은 통상 ‘무선침묵’에 돌입하므로 속내를 알기 어렵다. 전자정보전 부대는 “적이 무선침묵을 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는 남길 수 있어도 북한군이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5월 22일 상황은 이처럼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우리 해군 고속함의 근접거리에 포탄 2발이 떨어지는 공격을 당했다. 고속함은 즉시 NLL 이북 무도 근처에 있는 북한 경비정을 향해 경고사격 5발을 가하고 철수했다. 그러자 북한은 남측이 선공을 해왔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북한군은 천안함 폭침 같은 지독한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패할 경우 더 큰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3배 원점 타격을 공언했던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도발 의미를 분석했음에도 원점이나 그 지원 세력을 응징하는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이러한 대응 한계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합참 측에 말뿐이 아닌 제대로 된 대응을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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