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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100% 완판돼도 직원 문책… 분양가 책정 딜레마

입력 | 2014-06-09 03:00:00


홍수영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최근 성황리에 청약을 마친 현대건설 ‘마곡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는 3.3m²당 평균 1500만 원대였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H공사 7단지보다 3.3m²당 300만 원이 더 높았습니다. 똑같이 지하철 9호선 역세권에, 곧 들어설 호수공원 등을 누릴 수 있는데도 말이죠.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는 평면을 잘 뽑고, 자재를 고급으로 써 건축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일대 아파트 시세를 견인하는 ‘리딩 단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분양가를 무조건 낮게 책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분양가 확정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는 과정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약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분양을 100% 완성하면 청약에 성공한 걸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건설사와 시행사에는 청약 결과 ‘완판’이 되면 분양가 산정과 영업을 맡은 마케팅팀 직원들이 경위서를 쓴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분양가를 싸게 책정하면 누군들 못 파느냐”는 질책이 담긴 말로, 한마디로 ‘시장을 잘못 읽은 죄’가 크다는 겁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초기 계약률이 60% 정도이고 3, 4개월 내 계약률이 90%까지 올라가면 분양가를 잘 책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도 본보기집을 열기 직전까지 적정 분양가를 짜내느라 계산기를 수십 번씩 두드립니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중견 건설사들이 ‘착한 분양가’로 대형 건설사들에 승부를 걸어오기도 합니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중견사들은 맞은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대형사의 분양가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기도 했습니다. 두 도시는 1km 남짓한 바다를 끼고 마주 보고 있는데 배곧의 분양가는 대부분 3.3m²당 850만 원 안팎인 데 비해 송도는 1100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남은 송도의 대형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입지, 주변 분양가에다 브랜드 가치를 얼마만큼 얹을지를 결정하는 일은 이제 ‘예술의 영역’이 된 것 같습니다.

홍수영·경제부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