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마인츠·왼쪽)이 8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진행된 전술훈련 도중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자철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잇달아 주장 완장을 차며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19. 월드컵대표팀 최연소 캡틴 구자철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서는 축구대표팀의 주장은 구자철(25·마인츠)이다. 2002한일월드컵 홍명보-2006독일월드컵 이운재-2010남아공월드컵 박지성에 이어 캡틴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역대 월드컵대표팀의 주장들 가운데 최연소다. 종전 기록이던 2010년의 박지성(29세)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
● ‘구줌마’가 된 ‘바른생활 사나이’
충주 중앙초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구자철은 청주 대성중에 입학할 당시 키가 146cm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축구를 잘 하겠다는 욕심 하나로 소년은 하루 1리터 이상씩의 우유를 마셨다. 또래들이 한창 즐겨마시던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일기를 쓰며 축구만 생각했던 그는 서울 보인정보산업고 시절 실력보다 인성을 더 강조하던 임근재 감독을 만나 ‘바른생활 사나이’로 성장했다. 학창 시절 몸에 밴 바른 습관은 프로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리는 밑바탕이 됐다. 고교 3학년 때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스카우트한 제주 박경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축구선수는 (구)자철이처럼 축구만 생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주변도 돌볼 줄 아는 배려심도 지니고 있다. 동료들은 그를 ‘구줌마’라고 부른다. 아줌마처럼 주변을 세심하게 챙긴다는 뜻에서다.
● 꿈을 위해 준비한 남자
어렸을 적부터 큰 꿈을 꾼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 입단한 뒤 4년간 70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2010년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활짝 꽃을 피웠다. 5골-12도움을 올리며 K리그 중위권팀 제주를 단숨에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듬해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5골)에 오른 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제주 시절, 틈틈이 어학공부를 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이룬 성과다.
● 홍명보의 복심(腹心)
구자철은 누구나 인정하는 ‘홍명보의 아이들’의 선두주자다. 홍명보 감독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 때마다 그에게 리더 역할을 맡겼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홍명보호의 캡틴은 구자철이었다. 그가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도중 최종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하자 홍 감독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제자를 위로했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14브라질월드컵.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홍 감독은 이번에도 구자철에게 중책을 맡겼다. 구자철은 눈빛만으로도 홍 감독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동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구자철은 무엇보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과 팀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 홍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토는 ‘원(One·하나 됨)’이다. 이는 구자철의 마음속에도 절대가치로 새겨져 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팀 파워’다. 개인이 아닌, 팀의 힘으로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