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동네식당 10곳중 8곳 매출 줄어… 영세상인 가장 큰 고통

입력 | 2014-06-09 03:00:00

[경제시계 다시 돌게 하자]
세월호이후 멈춰선 대한민국 경제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외환위기, 신종플루, 천안함 폭침, 전직 대통령 서거 등 별 사건을 다 겪었지만 그때도 이렇게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연매출이 30억∼50억 원에 이르는 중견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44)는 “20년 넘게 사업을 했지만 이번처럼 절박한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축제, 기업 행사, 동문회 등 맡았다가 취소된 행사가 지금까지 11개나 된다. 행사마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2억 원이 날아갔다. 지금은 직원 30여 명의 월급을 대출로 겨우 메우는 실정이다. 그는 “건물 2개 층을 임차해 쓰다가 최근 1개 층을 내놨다”며 “월드컵 거리응원에 대비해 고가 음향장비와 조명기기를 들여왔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세상인이나 기업이 타격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위축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0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영세상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외식업과 소매업 분야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달 말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동네 식당 10곳 중 8곳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7%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체가 속한 예술·스포츠·여가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0.0%나 감소했다.

문제는 노점상이나 이벤트 업체처럼 상당수 영세상인에게 4∼6월은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성수기라는 점이다. 더구나 올해는 월드컵 시즌까지 겹치기 때문에 이때 장사를 못하면 한 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달 초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분들이 저소득층”이라고 걱정했지만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4.5로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 수출기업은 환율에 울상


내수 위축이 내우(內憂)라면 외환(外患)은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이다. 이달 들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22.77원. 지난해 6월 평균(1135.21원)보다 1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져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

문제는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을 비롯해 다른 수출경쟁국 통화가 원화만큼 크게 절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달 만에 1.3% 상승했지만 일본은 0.4%, 중국은 0.2%밖에 절상되지 않았다.

이런 환율 추세는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정유 부문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 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수출 비중이 70%에 이르는 정유회사들도 울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현재 수준의 환율이 유지될 경우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은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 이윤을 남기면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적정 환율은 1073원. 그 밑으로 내려가면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손익분기 환율은 평균 1045원이다.

○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

앞장서 내우외환을 헤쳐 나가야 할 정부 경제팀은 개각을 앞두고 힘이 빠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비판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집중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둘러싼 혼선이다.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킨다는 비판을 받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완화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정부 방침이 바뀐 것은 없다’는 태도를 고집하면서도 “국회가 수정에 나서면 막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회와 국토부에 정책 추진 책임을 떠넘겼다. 연초 야심 차게 발표한 규제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후속 조치 시행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규제 완화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 참사의 원인은 있는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이 더 크다”며 “지방선거가 끝난 만큼 이제라도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를 분리하고 규제혁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