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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역사의 종언? 중국이 돌아왔다”

입력 | 2014-06-09 03:00:00

‘역사의 종언’ 발표 25년 세미나서 빗나간 예측 시인
“살라미 전술로 영향력 확대… 아시아 넘버원 인정받으려 해
정치구조-부패 탓 민주주의 실패… 공산주의 종말도 예견과 달라”




세계적 명저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6일 “중국이 지난 100년의 굴욕기를 거쳐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에서 열린 ‘역사의 종언? 25년 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중국은 과거 왕조시대처럼 아시아에서 ‘넘버 원’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선 중국이 아시아를 잘게 쪼개 야금야금 잠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살라미 전술’(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중국의 행동은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중국해의 조그만 섬이나 남중국해의 산호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향해 ‘내(중국)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현 체제의 정통성과 공산당의 장기 집권은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중국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국의 발전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불평등 확대 등으로 인해 ‘중국의 꿈(中國夢)’은 소수가 빨리 부자가 되는 길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언’ 출간 뒤 25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시장경제가 침체를 겪는 등 예견 내용과는 다른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소련보다 더 강력한 독재국가가 돼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공산 독재로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경제의 간판주자인 미국과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실업과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지배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부패가 득세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가설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1989년 ‘내셔널 인터레스트’ 잡지에 기고문 형식으로 처음 발표된 ‘역사의 종언’은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해 당시 학계와 일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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