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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현재는 미래의 과거

입력 | 2014-06-09 03:00:00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문용린 씨는 “정책보다 가족사 등 교육감 선거의 비본질적 요소에 너무 체력과 정신을 쏟은 점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대전시장에 도전했던 박성효 후보는 한때 여론조사에서 권선택 후보에게 25%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역전패 당했다. 어느 후보는 군(郡)의원 낙선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1%포인트 안팎의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도 많다. 선거에서 패한 뒤 “그때 이렇게 할 걸” 후회해 봐야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내일(Demain)’은 현재와 과거의 교신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미국 하버드대 철학교수 A와 미혼의 여성 와인감정사 B는 우연히 e메일을 주고받다 호감을 느껴 날짜 시간 장소를 정해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는다. 나중에야 A는 현재인 2011년, B는 1년의 시차를 두고 과거인 2010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A가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교통사고를 막아달라고 B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본격 전개된다.

▷소설에서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 과거의 누군가에게 주가 변화나 로또 당첨번호 같은 것을 알려줘 횡재를 안겨줄 수도 있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 5월 26일의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5월 28일의 장성 요양병원 화재 같은 참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미리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낙마한 사실을,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에겐 미리 결과를 알려준다면 개인적인 불운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전혀 부질없는 헛된 상상만은 아니다. 관점을 달리해 보면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을지언정 미래에서 바라볼 때 아직 지나지 않은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꿔낼 수 있다. 미래는 환상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