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8일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더라도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납북자 문제와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를 연계한 북-일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국제사회가 북의 4차 핵실험을 막으려고 힘을 모으는 상황에서 일본이 그릇된 신호를 보낸 것은 적절치 못하다. 북-일 접촉으로 한국 미국 일본의 대북 공조에 균열이 생긴다면 큰일이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북-일 공식 협상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그렇지 않아도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북을 배려하는 중국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한국 미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는 구(舊)소련 시절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해주는 등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을 부쩍 강화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약화하는 형국이다.
일본은 플루토늄의 불투명한 관리와 관련해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은 플루토늄 640kg을 2012년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에서 빠뜨렸다. 사가 현 규슈전력 겐카이 원전 3호기의 혼합산화물(MOX) 연료에 포함된 이 플루토늄은 IAEA 보고 대상인데도 일본은 원자로에 투입했다는 이유로 이를 빼고 미(未)사용 플루토늄을 1.6t이라고 보고했다.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한 기존 보유분과 이번 누락분을 합친 일본의 플루토늄은 약 45t으로 핵무기를 적어도 5500기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이 북한처럼 몰래 핵개발을 하지는 않겠지만 플루토늄 비축량 확대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조차 커지는 만큼 더욱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