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린, 홈 메이드 파스타, 1999년
미국의 화가 존 커린은 미술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요리하는 남자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선택하고 커린 식의 화풍으로 표현했다. 커린 화풍이란 이류 미술작품, B급 영화, 대중적인 잡지 등에서 빌려온 저급한 이미지를 고전미술의 기법, 구성과 결합해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왜 A급 그림 실력으로 B급 사회상을 그리는 것일까. 대중의 속물근성을 비웃는 한편 사회지도층의 권위주의를 조롱하기 위해서다. 파스타를 만드는 두 남자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도 남자다움을 잃어가는 사회현상과 가부장적 엄숙주의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다.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커린의 그림은 남자다움을 동경하는 시대는 가고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가 새로운 성적 역할의 모델이 되는 성 중립적인 사회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