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산업부 기자
얼마 전 옛날 기사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기자는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인 2007, 2008년에도 지금처럼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했다. 그런데 최근 당시 기사의 주인공이었던 기업들이 상당수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 정말 물리적으로 사라졌든, ‘존재감’이 사라졌든 간에 사라진 기업이 적잖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미래를 향한 찬란한 포부가 담겨 있던 7년 전 인터뷰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과 민망함이 몰려왔다. 결론적으로 이들 인터뷰는 오보가 된 셈이다.
대체 어쩌다 이리 됐을까. 기업마다 각자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니 가장 큰 사건은 아이폰, 즉 스마트폰의 등장이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MP3플레이어와 카메라 등이 한데 뭉쳐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각 영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MP3플레이어 하나로 국내외 시장을 주름잡았던 I사와 C사 등은 매각되거나 내비게이션 제조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중견 노트북 제조사, 카메라 제조사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아이폰 이후 모바일로의 변화에 올라타지 못한 인터넷 기업들도 세를 잃었다. 앱 기반의 페이스북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위 자리를 내준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예다.
다시는 7년 전 같은 과오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세계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불안감은 외신을 볼 때 특히 더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몇 달이 멀다하고 수조 원짜리 기업들을 사들인다. 휴대전화, 센서 제조사부터 위성 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영역 제한도 없다. 최근 만난 페이스북 본사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개발을 하다 보면 장비가 필요할 때가 많은데 5억 원짜리 정도까지는 상사 결재 없이 매니저급이 판단해서 사요. 속도가 중요하니까요.”
과연 우리에게 이 정도의 사회적 신뢰와 자본, 속도, 추진력이 있는지 생각하면 한숨만 난다.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수많은 정부 규제를 볼 때면 ‘규제기관에선 외신도 안 보나’ 하는 의문이 든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영어가 안 돼서 해외 시장을 번번이 놓치는 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위기감을 갖고 우리의 한계를 속도감 있게 극복하지 않으면 오늘날 신문에 나는 성공 기업 스토리도 7년 뒤 오보가 될지 모른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