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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들고 돌아온 싸이

입력 | 2014-06-10 03:00:00

14개월만에 신곡 ‘행오버’ 발표




한국의 음주 문화를 B급 코드로 풀어낸 싸이의 ‘행오버’ 뮤직비디오가 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미국 래퍼 스눕독(왼쪽)과 소주를 ‘러브샷’ 하는 싸이. 유튜브 화면 캡처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7)가 한국의 ‘음주문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싸이는 ‘젠틀맨’ 발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신곡 ‘행오버(Hangover)’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9일(한국 시간) 전 세계에 동시 공개했다. 미국의 유명 래퍼 스눕독(본명 캘빈 브로더스 주니어·43)이 함께 출연한 이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적인 전자음악에 또 한 번 특유의 B급 코드를 녹여냈다.

‘젠틀맨’에서 골반춤으로 승부수를 띄운 싸이는 이번에 핸들을 더 꺾었다. ‘행오버’는 ‘숙취’라는 뜻. 가사도, 뮤직비디오도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난다. 노랫말 대부분이 영어다. ‘숙취 숙취 숙취 숙취 숙취 계속 계속…파티는 끝났어. 아직 안 끝났어. 기억을 되돌리려는데…하나도 생각 안 나. 게임 오버’가 후렴구 내용이다. 스눕독의 영어 랩도 ‘취하도록 마셔’ ‘원샷, 부어라, 마셔라’ 같은 내용으로 곡의 절반 이상을 채운다. 작사는 싸이와 스눕독이, 작곡은 싸이와 유건형(‘강남스타일’ ‘젠틀맨’)이 함께 했다. 뮤직비디오는 차은택 감독이 연출했다.

이번엔 말춤, 골반춤 같은 포인트 안무(쉽게 따라할 수 있는 중독적인 춤사위)도 없다. 조연은 수십 잔의 소주, 맥주, 폭탄주. 중국음식점에서 만취한 싸이와 스눕독이 옆 테이블의 중년 여성 둘을 꾀어 노래방으로 향하는 게 이야기의 골자다. 꽹과리, 징, 장구 소리와 한국어 반복구 ‘받으시오’도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인천 월미도와 한국 물건도 화제다. 한국의 맥주, 소주, 컵라면, 숙취해소 음료에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다.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싸이가 예전에 광고모델을 했던 인연이 있는 제품을 택했을 뿐, 간접광고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이트진로의 정세영 차장은 “뮤직비디오 제작진에서 요청해온 소품 협찬에만 응했다”면서 “참이슬 소주 500병, 드라이디 맥주 1000병, 소주잔과 맥주잔 500개씩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싸이의 파트너는 왜 스눕독일까. 그는 1990년대 초반 데뷔와 함께 독특한 랩 스타일과 기량으로 스타덤에 오른 거물 래퍼다. 큰 키와 깡마른 몸매, 멋스러움과 상스러움을 동시에 풍기는 독보적인 개성으로 유명하다. 마약과 성교, 갱단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가사로 유명한 그는 미국 음악계의 대표 악동이다. 음악계의 세계적 주류인 힙합 팬덤을 끌어안으면서도 싸이 특유의 B급 정서를 함께 가져갈 파트너로 그만한 인물이 없는 셈이다.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9일 밤 11시 현재 유튜브 조회 수 500만 건을 넘어섰다. ‘젠틀맨’의 조회 수는 하루 만에 2400만 건, 나흘 만에 1억 건을 넘겼다. 싸이는 올여름에 또 다른 신곡 ‘대디(Daddy)’를 내놓을 계획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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