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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3가 지하철 역 계단에 앉아있던 올해 71세의 김 할머니는 가방에 박카스를 담아 행인들에게 판매한다. 하루 벌어들이는 돈은 5000원 정도. 한 끼 밥값으로도 부족한 돈이다. 이 근방에는 김 할머니처럼 박카스를 파는 50~70대 노년 여성들이 약 400명 정도 있다.
김 할머니는 BBC기자에게 “저기 서 있는 박카스 할머니들이 보이냐”면서 “저들은 박카스 이상의 것을 판다. 가끔씩 할아버지들과 따로 만나며 그들에게서 돈을 받는다. 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골목에 서 있으면 내게도 남자들이 다가와 제의를 하지만 난 늘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현장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종묘공원이다. 50~70대 여성들은 이곳에서 장기를 두거나 소일거리를 찾는 노년 남성들에게 박카스를 건네며 접근한다. 박카스 구매는 종종 인근 싸구려 호텔의 방문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81세의 남성은 BBC 기자에게 그날 쓰려고 가지고 있던 돈을 보여주며 “여기서 여자친구도 찾을 수 있다. 저기 서 있는 여자들은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과 성관계를 하는 데 2~3만 원이 들지만 얼굴을 아는 사이면 깎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년 세대는 경제 개발의 주역으로 저축을 자식 교육에 투자했고, 자식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겼던 이들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로 변해버린 한국에서 자식들은 부모 세대를 부양할 의지도 능력도 부족한 상태라고 BBC는 전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녀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은 바보다. 우리 세대는 부모 말을 따랐지만 젊은 세대는 교육 받고 경험 많은 세대라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60세인데 돈이 없다. 자녀들이 도와줄 거라 믿지 않는다. 자녀들은 그들 나름대로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 있는 대다수의 노인들이 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카스 할머니는 노년기에 들어 성매매를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연구해 온 이호선 교수(서울벤처대)는 “한 박카스 할머니는 내게 ‘배가 고프다. 나는 존경도 명예도 필요 없다. 그저 하루 세 끼 식사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BBC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노인들에게 있어 “음식은 비싸고 성(性)은 싸다. 그리고 인간의 온기는 어떤 값을 치른대도 좀처럼 얻기 힘들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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