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개편/국정원장 이병기] 朴대통령과 10년 인연… 외교-정치 조언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북한 붕괴에 이은 흡수통일을 염두에 뒀던 전임 남재준 국정원장과 비교할 때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연한 편이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외교’로 풀어야 할 상대라는 생각이 강하다.
이 후보자는 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을 지낼 당시 소련 및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북방 외교’를 주도한 것에 자부심이 강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서울-평양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공약 성안에도 깊이 관여했다. 평소 지인들에게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해 상징적으로 남북 동시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할 것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1974년 외무고시 8회로 외무부에 첫발을 내디딘 뒤 1981년 노신영 당시 외무부 장관과의 인연으로 노태우 정무장관 보좌역을 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 1987년 ‘6·29 선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정치특보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그동안 외교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조언을 해왔다. 2012년 대선 때는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물밑 작업을 하기도 했다.
국정원과의 인연도 깊다. 1996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을 지냈다. 1997년 황장엽 씨 망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내면서 경색된 양국관계를 풀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일본 측의 비협조로 무력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려 깊고 진중한 성품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달리 국내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이 국정원 개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