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선원들 첫 재판]
방청석 가득 메운 가족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 90여 명이 201호 법정과 204호 보조법정에서 이들에 대한 재판을 지켜봤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날 재판은 앞으로 공판을 준비하는 절차로 피해자 대표 의견, 검사의 기소 취지, 피고인별 변호인들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 증거 신청 등이 이어졌다. 피해자 대표 의견을 낸 김병권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피고인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도망가려고 했던 순간에 안내라도 했다면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며 “이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이냐”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들은 승객만 죽인 게 아니라 가족들의 영혼, 사회의 신뢰까지 죽였다”며 “철저한 진실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시신조차 찾지 못한 단원고 학생 실종자 가족 이모 씨는 “어제(9일)까지 바지에서 수색작업을 같이하다가 재판을 보러 왔다”며 “12명의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가 있음을 재판부가 잘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법정가는 선장… 가족 피켓 시위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선장이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법원 앞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선원들을 비난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검찰은 선원들이 승객을 직접 죽이진 않았지만 승객들이 침몰하는 배에 갇혀 생명을 잃을 상황임에도 탈출한 것을 볼 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특히 기관장 박기호 씨(53)가 기관부 선원 6명을 데리고 탈출할 때 부상을 입고 복도에 쓰러져있던 조리원 2명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점 등을 구체적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선원들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이 선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부상을 입었지만 구호조치를 다했고 조타실 선원들 중 마지막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1등 항해사 강원식 씨(42)는 이날 “조타실을 탈출한 것은 출입문이 뜯겨 선체 밖으로 튕겨나간 것뿐이다. 해경 경비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것을 몰랐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승객들이 숨질 것도 예상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관장 박 씨는 “부상을 입은 조리사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원들이 데리고 올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법정을 빠져나온 피해자 가족들은 피고인과 변호인단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법원 내 호송 출입건물 앞에서 1시간가량 연좌 농성을 벌인 뒤 해산했다. 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판사가 피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가족들의 항의를 막았는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이 나라는 우리 아이를 왜 보호하지 못했느냐”고 원통해했다. 다음 재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d@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