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의 두 책은 광고 문구가 들어간 높이 5㎝ 안팎의 기존 띠지다. 반면 가운데와 하단에 위치한 책 5권의 띠지는 높이가 13∼19㎝이고, 띠지 안쪽에 그림이 새겨져 있다. 출판계는 “책을 사면 바로 버려지곤 하는 띠지의 낭비를 막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디자인적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띠지’가 아주∼, 넓어졌다
정답은 ‘띠지’다. 책 표지의 아랫부분을 두르는 종이 장식을 말한다. 대다수 출판사는 ‘아마존 1위 필독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의 홍보 문구를 띠지에 새겨 신간을 알린다.
유행에 따라 넥타이 폭이 달라지듯, 요즘 출판계에선 책의 띠지를 최대한 크고 넓게 제작하는 게 트렌드다. 기존 띠지 크기가 책의 5분의 1 정도였다면, ‘윤대현의 마음성공’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등 최근에 출판된 신간은 띠지가 책의 절반, 심지어는 3분의 2까지도 차지한다. 민음사 미술부 황일선 차장은 “신간 중 약 20%는 큰 띠지를 사용한다”며 “단순 홍보가 아니라 책의 이미지와 내용에 맞게 디자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초대형’ 띠지도 있다. 알에이치코리아의 윤석진 북디자이너는 “표지와 띠지가 상호 조화를 이루면 1차 이미지를 구축한다”며 “독자 취향에 따라 띠지를 벗기면 안에는 심플한 표지 디자인이 나오면서 2차 이미지가 생긴다. 디자인 다양화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띠지를 벗겨 뒤집으면 안쪽에 그림과 설명이 새겨진 경우(‘그림자 너머’)도 있다. 출판사들이 무조건 큰 띠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작가의 신작소설이나 시의성 강한 이슈를 담은 책은 주제와 관련된 강렬한 카피 문구가 들어간 작은 띠지를 선호하고 있다.
띠지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출판사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광고를 대신할 홍보수단을 찾았다. 초기에는 책 표지 자체에 광고 문구를 넣기도 했지만 책의 품격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많아 포기했다. 이후 대안으로 띠지가 등장한 것.
반면 독자에게 띠지는 불필요한 ‘존재’였다. 2011년 한 언론매체가 시민 7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독자의 86.7%가 “띠지는 필요 없다. 자원 낭비”라고 답했다. 이에 출판사들은 잘 찢어지지 않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투명종이, 금속성의 종이로 띠지를 제작해 소장가치를 높이려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책 표지의 면을 분할해서 마치 띠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페이크(fake) 띠지’도 선보였다.
대형 띠지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회사원 장한나 씨(31)는 “새롭긴 하다”면서도 “출판사 간 출혈경쟁을 하기보다는 가격이나 내려달라”고 말했다. 실제 띠지가 커지면서 제작비용도 2, 3배 늘었다. 기존 띠지는 원가(30∼40원), 띠지 삽입 인건비(70∼100원) 등 권당 100∼140원이 든다. 하지만 띠지를 키우면 권당 60∼100원이 추가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