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지원받는 통합주의자 저지”… 英-스웨덴 등에 이탈리아 가세 26~27일 EU정상회의서 선출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4개국 정상이 모여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대한 비공식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의 핵심 주제는 가장 강력한 차기후보로 지목된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사진)에 대한 비토 문제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미 지난달 31일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은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반(反)융커 진영에는 스웨덴 네덜란드 헝가리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도 “융커는 집행위원장 후보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며 가세했다. 9일 영국에서는 제1 야당인 노동당도 캐머런 총리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캐머런 총리가 힘을 받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EU, 반유로를 내건 극우정당이 대거 약진하는 바람에 발목이 붙잡혔다. 융커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꿈꾸는 대표적인 통합주의자다. 유로그룹(유럽 재무장관 회의) 의장을 지낸 융커는 유로화 설계자 중의 한 명이며 EU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공동 농업정책’을 수호해 왔다. 영국 BBC는 “이 정책은 유럽의 부국이 빈국을 지원하는 연대의 상징으로 EU 비평가들의 타깃이 돼 온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융커는 유로존 부채 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에 혹독한 재정긴축을 요구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핵심 동맹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융커가 “독일과 영국 사이 대결의 중심에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융커 개인에 대한 비판보다도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EU 집행위원장이 자동 선출되는 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도 “의회권력이 집행위원회까지 장악하면 더욱 ‘커지고, 으스대는’ EU 지도자가 개별 국가에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26, 27일 열리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장을 공식 선출한다. 이후 의회의 찬반 표결을 통해 과반을 차지하면 집행위원장이 확정된다. 영국이 주도하는 ‘반융커’ 진영이 얼마나 세력을 확보할지가 관심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