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나성범의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는 추신수다. 추신수는 부산고 재학시절인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투수로 활약하며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를 영입한 시애틀은 추신수를 투수가 아닌 타자로 키웠다. 나성범도 연세대 재학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나돌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자랑하던 투수였다. 하지만 김경문 NC감독은 나성범을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 세웠다. 두 선수 모두 야구에서는 희소성이 높은 왼손 강속구 투수였지만 결과적으로 구단과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두 선수의 성공을 이끈 더 중요한 요인은 따로 있다. 일찍부터 최정상급의 투수로 인정받았지만 프로에 진출하기 전까지 두 선수 모두 타격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지명타자를 쓸 수 없었던 당시 국내 고교야구 제도 탓도 있었지만 나성범은 지명타자를 쓸 수 있는 대학 경기에서도 스스로 원해서 타자로 나섰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타자로서의 재능을 썩히지 않은 바로 그 노력이 투수가 아닌 타자로 지금의 성공가도를 달리게 한 힘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요구하는 문과와 이과의 선택 기준은 ‘꿈과 적성’이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고교 1학년생이 얼마나 될까.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 선택의 기준은 수학이 돼버렸다. 문과를 선택하는 상당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유는 “나는 수학을 못해서…” “우리 아이는 수학을 못해서…”다.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학과들 중에는 수학이 중요하지 않은 학과도 많은데 말이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제도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일제가 만들어낸 제도다. 애초부터 학생들을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이 제도를 유지해왔다. 다행히 늦었지만 교육부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육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혼란이다.
꿈은 변할 수 있다. 그래서 꿈이다. 10대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아직 꿈이 여물지 않은 10대 중반의 아이들에게 빨리 꿈을 결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ruchi@donga.com